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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기고 . [고용한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교수] 광주 적시는 텍사스의 검은 눈물 등록일 : 2017-09-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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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한 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교수] 광주 적시는 텍사스의 검은 눈물


2017년 09월 18일(월) 00:00

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미국 연극은 다양성에 대해 주목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인종차별, 성차별, 선정성, 이념 등의 이슈를 다루며 세계의 많은 공연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관객들에게는 연극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을 열어주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우스터그룹’의 최신작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한국 초연된다. 우스터그룹은 1975년부터 엘리자베스 르꼼뜨의 주도로 여러 명의 협력자가 모여 활동하는 예술가 그룹이다. 영화 ‘스파이더 맨(2002년)’에서 녹색 고브린으로 출연했던 ‘윌렘 다포’라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도 우스터 그룹의 창단멤버이다. 우스터 그룹은 뉴욕 맨하탄 소호(SOHO) 지역에 위치한 창고에서 시작됐는데, 지금까지 이 창고를 프로덕션 아지트이자 극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공간은 퍼포밍 가라지(Performing Garage)라 불리며 지난 43년간의 역사(소품과 의상 등)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근대 뉴욕 실험극장의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우스터 그룹의 창고극장은 또 다른 의미에서 기억할 만하다. 이 창고극장의 시작으로 한 때 슬럼지역이었던 뉴욕 소호가 현재는 최고의 예술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우스터 그룹은 많은 연극학도들에게 도심재생 문화운동의 선구적 역할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창고에서 우스터 그룹은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이 막 조성되던 70년대, 연극에 가미한 융합적인 다양한 실험을 시작하였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담론이 활발한 지금, ‘미래 전략적인 3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융합예술창작단체’로서 우스터 그룹을 재고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보를 위한 창의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공연에서 눈여겨보고 느껴야 할 부분은 작품의 제작 방식과 그 내용에 있다. 첫째로 이 그룹의 주 제작 방식에서는 고전의 텍스트를 사용하되 다른 미디어의 개입을 활성화시켜 대사를 과감하게 축소하고 변형하는 작업을 한다. 배우의 연기, 극의 이미지와 공간의 미학적 비주얼, 영상과 음향 등의 테크놀러지를 사용하여 행위자와 관람자 사이에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도해 낸다. 그 준비 과정은 매우 실험적이고 전위적이다.

무대 위에서 보이는 공간과 느껴지는 공간을 찾아 연습하고, 리허설 과정에서 의도했던 공간 외에 또 다른 공간성이 발생하는 지를 실험하며, 무대에서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발생하는 또 다른 공간성의 발전에 주목한다. 우스터 그룹은 이렇게 발전을 거듭하며, 매번 새로운 작품으로 재창조 해내는 독특한 작품 제작 방식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작품의 내용이다. 팀의 리더이며 이번 공연의 디자인을 맡은 르꼼트는 대본 그대로의 텍스트를 따라가는 것보다, 작품 자체의 재창조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미 창작되어 재연하는 상황이라도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시간대’에 실연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고,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따라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들의 작품을 직접 보면 더 이해가 쉽다. 2007년 작품 ‘햄릿’에서는 소리와 비디오아트, 퍼포먼스가 재창조되어, 보다 시각적이고 실제적인 표현기법으로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담아내었다. 특히 미디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텍스트 표면상에는 나타나진 않지만, 텍스트가 말하는 본질의 의미 ‘서브텍스트’ 기능으로 보조한다. 

말이 좀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을 보면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 ‘ACC 동시대공연예술제’의 프로그램으로 이번 문화전당에 초청되는 작품은 우스터 그룹의 최신작 ‘비-사이드(B-Side)이다. ‘비-사이드’ 연극은 ‘텍사스 주립교도소에서의 흑인 민속음악’이 주제이다. 

이 음반에 담긴 소리는 1960년 텍사스 주립교도소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을 받았던 흑인 수감자들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그것을 견뎌낸 삶의 소리이다. 지금도 상당히 보수적인 미국 남부, 그리고 여기서의 1960년 전후의 상황을 이해하면 흑인 인권문제는 더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핍박, 그리고 그 함축적 의미가 우스터 그룹의 창조적인 방법으로 무대 위에 올려진다. 이 생존의 소리, 삶의 노래가 전자기기에 담겨 무대 위로 올려진다.

이번 공연은 ‘우스터 그룹’의 공연은 국내 최초 내한이자 광주 단독 공연이다. ‘평화’를 주제로 한 세계 유일의 연극제인 ‘광주평화연극제’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비-사이드’가 초청되는 것은 가슴이 설레는 일이다. 인권 탄압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소리가 참혹하고 숭고한 역사를 지닌 공간에서 공연된다. 1964년 텍사스 주립교도소와 1980년의 광주, 그리고 2017년의 광주가 문화전당에서 교차하며 재창조 될 것이다.